얼마전에 사선배가 읽어보라고 동기편으로 보내준 책을 다 읽었다.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짬짬이 읽어나갔는데 어느덧 다 읽어버린것이다. 몽골의 버스안은 많이 춥다. 발도 시렵고 책을 넘기려면 장갑도 벗어야 한다. 사람은 왜그리 붐비는지 책읽다가 버스정거장을 놓쳐 영하 30도의 추위를 뚫고 몇정거장을 걸어서 집에 간적도 있었지만 다 읽었다. 난 내가 기특하다 아하하하
'왜 사는가? 왜 죽는가?'란 책이었는데 책표지만 보면 내 나이보다 더 들었을것 같은 책이다.
나도 나름 오래 살았는데.
책의 전체적인 내용은 신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다.... 나도 신은 없다는 주의였지만 책을 다 읽고나니깐 뭔가 한결 가벼워진 듯 마음이 개운했다. 책의 저자 역시 신은 없다는 주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신이 없는것이지 물이 흐르는 것은 신이 만든건 아니지만 자연이 만든것을 사람들은 신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 뿌리는 같으며, 인간의 궁금증에 대해서 논하고 있었다. 나역시 많이 궁금하던것이고, 인간은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살땐 뭘해야되는지 그런 의문속에서 하루 하루를 살고 있던 나로서는 마치 정리안된 집을 정돈까지 해준 느낌이다. 왜 사람들이 영혼이 있다고 믿는건지 또 그런걸 알아서 뭘하려는건지는 모르겠다 모르는게 약일경우가 딱 이경우가 아닌가 한다. 조잡한 내용도 많았지만 -현미를 꼭꼭씹어 먹는다던가, 숙변을 제거해야된다던가... ㅎㅎㅎ 책의 전체적인 내용과는 별로 맞진 않았지만 가장 인상깊었던 내용은 지구가 생기면서 부터 우리는 모두 있었다. 하지만 죽어서 산이되고 바다가 되고 다시 사람으로 나서 그렇게 한점을 살다가 마친다. 언젠가는 또다시 다른 어떤 뇌를 가지고 태어날지는 모르지만 현재 나라는 의식을 가지고 사는것에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신을 부정하지도 긍정하지도 않는 그의 필력으로 봤을때 상당히 잘 이루어진 짜임새있는 책이었다. 앞부분에 무슨 신지라는 일본사람의 기적을 설명할때는 뭐 이런 사이비 같은 자식이 있나 싶었는데 뭐 책은 읽는 사람에 달린거니깐 무시해버렸다.
짧게 살아도 한평생이고 길게 살아도 한평생이다. 병에걸리면 고쳐보려는 노력도 해보고, 싸우면 화해도 해가면서 끈덕지게 살다보면 죽게 되는것이다. 살아도 죽은것이고 죽어서도 사는것이 곧 색즉시공이고 공즉시색이라는 것이다. 이말에 깊이 동감하는 바이고 나 또한 삶의 목표란 무언가에 얽매여 수단이 되어야 할 것들이 인생의 전부로 만들어버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책을 다 읽고나니 극성종교주의자들에게 반감만을 가지고 살던 나였지만 좀더 폭넓게 또 의연해 지게 됐다고 해야할까? 예전의 나를 돌아봤을때 오만방자함을 반성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내가 생각했던 것들을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들은 수백년 아니 수천년 전의 나였으며, 수천년 후의 내가 될 사람들이기에 누워서 침을 뱉고 있었던 것을 후회하는것이지 지금 현시점을 살고 있는 내가 다시 종교를 가지고 그들의 수백년전의 행동강령을 강산이 수백번 변한 지금에와서 따르겠다는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의 내생각을 사랑하고, 또 그렇게 행동할것이고, 다른사람의 반대가 있을지라도 내가 믿는것을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나의 생각은 내가 만든것이고 그들의 생각은 지저스나 부처님이 만든것이다. 난 썩어 주검이 되어 지금 내가 쉬고 있는 공기속에 부처님이나 예수 같은 것들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들이 남긴 아니 그들의 제자들이 남긴 생각을 맹목적으로 신뢰하거나 하진 않을것이다. 그런것들을 신인양 믿고 다른사람들에게 강요하거나 종속되거나 하지는 않을것이다.
내생각은 없는것과 같고, 이런 없다는 생각조차가 생각이 있는 것일 수도 있는것이기에 말이다..
난 책을 즐겨 읽진 않지만 내 주위에 책을 권하는 사람이 많다. 중학교때 코스모스란 아주 어려운 책을 읽은적이 있었는데 그 책또한 내가 골라서 읽은 책은 아니다. 하지만 엄청난 감명을 받은 적이 있기에 남이 직접 나에게 권하는 책은 무시하진 않는다. 아무리 어려워도 아무리 오래걸린다고 해도 다 읽어내고 만다. 그리고는 그들이 내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뭔지 곰곰히 생각을 해보게 되는데 이책을 읽고난 후 사슴선배가 나에게 뭘 이야기 하고 싶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나니 사슴선배가 하고 싶던 이야기를 이해하고 수긍하진 않은것 같다. 그래도 많은 정리과 신념을 갖게 되어서 나름 만족한다.
사슴선배 고마워요. 나이는 나보다 어리지만 선생님이고, 친구고, 또 판관이십니다.
나보다 천백배는 나은 사람이에요 하하하하하
^^ 무지렁뱅이 윤기가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 주절주절 긴 길을 썼답니다.
헐 그추운날 정거장 까지 놓치게 하려고 보낸건 아니었는데..많이 추웠겠네요;;; 쫑아일까지 갔다왔어요?;;;
답글삭제그런데 솔직히 저도 다 읽어보지는 못했어요.
그런책은 읽는 구절구절마다 생각이 깊어지기 때문에 드문드문 읽다가 어느 구절에선가 형 생각이 나서 진아편에 준거에요~
지금은 어느 구절인지 생각도 나지 않지만...
원래 더 읽고 싶은 욕심이 있었으나 "욕심은 사람을 구속하는 성질이 있으니 놓자!"하고 생각하고 보내드렸죠~
근데 저를 너무 띄워주신것 같아 좀 민망;;; 저는 그냥 책만 권해드린것 뿐인데ㅋㅋ
고민이 많으셨던것 같은데 좀 풀리셨다니 다행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