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김없이 영하 25도의 추위속을 뚫고 출근했다.
출근하면서 맘은 고향에 가있다.
아부지는 어제 저녁 기차로 차례지내러 큰댁에 가셨겠지?
예전엔 12시 까지 기다렸다가 제사 지낸 다음 밤새 고스톱 치고 그옆에서 심부름해서 용돈도 두둑이 챙기곤 했는데, 뭐 당연 담날 나중에 어른되면 받는 다는 조건으로 부모님 지갑으로 가는 돈이었지만... 그렇게 밤새 술드시고 아침엔 깊은 산속에 있는 묘까진 추워서 갈수 없으니 방에 차려놓은 차례상으로 차례지낸 다음 두패로 갈라져 한팀은 할아버지 묘로 한팀은 아침 설날특선 만화를 보다가 산에간 패가 내려오면 윷놀이도 하고, 비닐푸대에 소여물을 넣어서 개울가 둔치에가서 미끄럼도 타고, 저기서 울고있는 애는 분명 어른들 눈엔 내가 울린거다. 잘못한것도 없이 혼도 나고 그랬었더랬는데... 그랬었는데... 에긍.....
요즘은 내가 어릴적 처럼 그렇진 안아서 그리 재미있진 않다. 친척동생들 용돈도 못주는 형편이니 에혀.. 그나마 회사에서 월급에 얹어주는 돈으로 동생들 쥐어주면 그리 만족할만한 표정을 찾기도 힘들기에...... 반면 어른들은 어른들 대로 자기 자식분들 자랑하시기 시작하면, 상대적으로 시집도 못보내고, 취업도 제대로 못한 자식놈들 데리고 있는 가족들은 위축될수 밖에 없다. 그러면 죄인처럼 쥐죽은듯이 닥치고 앉아있어야 하니 가시방석이 따로 없다.
운전하는 동안 거나하게 취하신 아버지의 푸념 들어주느라, 말리는 어머니 잔소리 듣느라 내가 운전을 하는건지 아니면 저승에 있는건지 모를정도였는데 오늘은 왠지 퍽이나 그런 풍경이 그립다.
올해는 청천벽지에 있는 관계로 가족과 친지가 없으니 홀로지낼 수 밖에 ㅎㅎㅎㅎ
뭐 나름 편하게 보내긴 했지만 그래도 한줌 흙이 된 조상님들 이 좋은 명절을 그냥 지내게 할 수 없어 돌아오는 길에 좋은 보드카와 빵조각 몇개를 사고, 위문품으로 온 미역국을 끓였다. 복잡한 절차는 생략하고, 향을 피웠다. 그렇게 조촐한 차례상은 차려졌다.
아침엔 부랴부랴 출근하느라 차례를 지내지 못했지만 이렇게라도 차려놓으니 맘이 안심이 된다. 개인적으로 차례상에 올라오는 탕국을 좋아하지만 능력미달이다.
못쓰는 글씨로 네이버에서 찾아서 조상님들 부르는 글도 쓰고 차례를 지내고 나니, 선조들이 왜 이렇게 차례를 지냈는지 어렴풋이나마 이해를 하게된다.
조상님들 좋으라고 차리는 상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내 마음이 이렇게 편해지는 방법이 또 있으랴..... 장남이라고 꼴에 본건 많아서 대강의 절차라도 알아놓으니 이럴때 써 먹게 되는구나.
이런 감정은 나만 느끼는건가?
내년이면 또 그런전쟁터엘 다시 가게 되겠지만 오늘만큼은 이런 모든것을 추억하면서 미소 지을 수 도 있고, 30평생 별로 느껴보지 못했던 그리움을 느낄 수 있어서 즐거운 하루가 아닌가 한다.
나도 신년 액땜은 많이 했으니깐 이제 새해 복 많이 받아야지~ 오홓ㅇ홍호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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